본문 바로가기

르네 마그리트 - 파이프를 그린 그림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라고?

by 윤새싹 2021. 8. 15.
728x90
반응형
SMALL

르네 마그리트

1916년, 마그리트는 브뤼셀에 있는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1922년에는 1913년에 처음 알게 되었던 조르제트 베르제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는 포스터 및 광고 디자이너를 비롯해 여러 직업들을 전전하다가, 1926년에 브뤼셀의 라상토르 화랑과 계약을 맺으면서 마침내 회화 작업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그리트는 1927년 브뤼셀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이 전시회는 비평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습니다. 이에 의기소침해진 마그리트는 브뤼셀을 떠나 파리로 갔습니다. 그것에서 그는 앙드레 브르통과 친구가 되었고, 또 그를 통해 초현실주의 예술가들과 교류를 하게 됩니다. 1930년, 라상토르 화랑과의 계약 만료로 더 이상 파리에서의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게 된 마그리트는 브뤼셀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군이 벨기에를 점령했을 때도 그는 브뤼셀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로써 브르통과의 교류도 끊어지게 됩니다. 브르통은 1941년에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1940년대 중후반에 들어 마그리트의 작품은 좀 더 밝고 가벼워지고 또 더욱 실험적이 되었습니다. 그는 야수주의의 그림들을 우스꽝스럽게 모방해 그렸습니다. 그의  친구들은 이 그림들의 표현이 너무 거칠고 서툴다고 '바슈'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암소'라는 뜻의 이 프랑스어 단어는 미숙하고 무디며 조야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는 아마도 전쟁이라는 어두운 시대를 견뎌내고, 초기 작품들의 특징이었던 염세주의와 폭력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마그리트의 시도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그리트는 관람자들이 의문을 갖고 도전하도록 만드는 작품들의 제작에 열중했습니다.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들

데칼코마니 (1966년, 개인소장)

데칼코마니 © ADAGP, Banque d'Image, Paris - GNC media, Seoul, © René Magritte / ADAGP, Paris - SACK, Seoul, 2010

데칼코마니라는 제목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 작품에는 중산모를 쓴 남자의 이미지가 중앙을 중심으로 대칭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데칼코마니 기법을 통해 만든 모습과는 다르게, 이 작품의 대칭적 이미지는 그 형태만 같은 뿐 서로 담고 있는 내용에는 차이를 보입ㄴ다. 화폭의 오른편에 그려진 바다와 하늘의 모습은, 왼편의 남자가 자신의 몸으로 가리고 있는 부분을 그대로 가져와 그려놓은 듯 보입니다. 하지만 정작 남자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바다의 모습보다도 거튼 가운데 기묘하게 남아있는 바다 풍경은 더 밝고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백지위임장'이 그러했듯이 이 작품 역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물에 대한 개념에 혼란을 블러일으킵니다. 그림을 보는 이들은 캔버스 속 남자와 커튼, 바다와 하늘 중 어느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알지 못하며, 어떤 것이 다른 것들보다 앞에 놓여있는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결국 관람자는 자연스럽게 그림이 가지고 있는 '모사'라는 속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며, 이는 일상적인 경험에서는 얻기 힘든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냅니다.

 

 

 

피레네의 성 (1959년, 이스라엘 미술관 소장)

피레네의 성 © ADAGP, Banque d'Image, Paris - GNC media, Seoul, © René Magritte / ADAGP, Paris - SACK, Seoul, 2010 이미지뷰어로 이동

르네 마그리트의 회화에서 사물은 일반의 상식과기대를 저버리는 방식으로 전개되곤 합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대상이 결합되어 나타나거나, 사물이 그 고유의 성질을 상실한 채 묘사되기도 합니다. 한편 자연 법칙을 천연덕스레 거스른 초자연적 현상도 왕왕 그려지는데, 〈피레네의 성〉이 그 경우입니다. 요새 모양의 성이 육중한 바위 정상에 솟아있고, 그 바위는 해변 위로 중력 저항 없이 마티 UFO 모선처럼 떠있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은 실현될 수 없는 백일몽을 뜻하는 프랑스식 관용어. '허공 위의 성곽'을 비틀어 쓴 것입니다. 자연 법칙을 극적인 방식으로 넘어서기 위해 그는 거대한 바위를 등장시킵니다. 

 

 

 

골콩드(1953년, 메닐 컬렉션 소장)

골콩드 © ADAGP, Banque d'Image, Paris - GNC media, Seoul, © René Magritte / ADAGP, Paris - SACK, Seoul, 2010

중절모에 레인 코트 차림의 신사기 떼로 등장하는 〈골통드〉 혹은 〈겨울비〉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재현된 이미지만 놓고 보면 영락없는 '인간비'를 그린 것입니다. 중절모와 코트 차림의 사내는 르네 마그리트가 자신의 작품에 수없이 등장시킨 그의 대표 아이콘인데, 실제 마그리트 자신이 즐겨 착용한 패션이라고 합니다.

 

화가의 분신이 마치 빗줄기마냥 길쭉한 자태로 허공에 꽂혀있습니다. 그것은 나른한 휴일 오후 공중에 떠 있는 풍선의 낭만 같기도 하고, 정반대로 코트 차림의 인체가 긴 검정 막대처럼 보이는 점에서는 마치 평온한 시가지로 투하되는 네이팜탄의 공포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네이팜탄 형상으로 표현된 신사들을 자세히보면 똑같은 의상에 똑같은 포즈를 취한 이 무개성한 개인들의 열거는 전쟁 공포를 환기 시킨다기 보다는 현대 조직 사회가 박탈한 도시인의 개성이 네이팜탄처럼 위협적이다는 것을 표현하였던 것이 아닐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조직에 얽혀 사는 우리의 형편을 반영하듯, 인물들은 허공 위에 불안정하게 붙잡힌 궁상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이미지의 반역 (1929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이미지의 반역 © ADAGP, Banque d'Image, Paris - GNC media, Seoul, © René Magritte / ADAGP, Paris - SACK, Seoul, 2010

〈이미지의 반역〉에는 담배를 피울 때 사용하는 파이프 한개, 그 밑에는 프랑스어로 'Ceci n'est pas une pipe(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관람객은 이 작품을 접하면 당황스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이미지의 반역〉 에서 보이는 마그리트는 '파이프'를 '파이프라 하지 하지 않는' 모순된 어법을 창조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마그리트만의 새로운 문법은 무엇일까요? 마그리트의 이러한 재현 방법을 이해하기 위해 언어학이 도입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지칭하는 것은 언어가 가진 성질이 사물의 성질과 일치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물'이라는 단어에서는 실제 '물'의 성질을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다만 '물'이라고 부르자고 그 언어를 사용하는 언중의 합의가 있었기에 사용하는 것이지요.

 

실제 '파이프'와 언어 '파이프'는 성질에 있어 연관성을 찾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언어 일상에서는 그것을 당연히 여기는 것이죠. 마그리트는 바로 이 '일상성'에 대한 파동을 일으켜 기존의 언어 질서를 근간에서부터 흔듭니다. 이에 관람객은 사물을 지시하는 언어와 이미지 사이의 정확한 의미 전달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됩니다. 당연하게 여기던 행위와 현상에 대해 정말 그럴까 하는 의문을 남겨놓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마그리트는 기존 질서의 반역자가 되려고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파괴된 질서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의 질서를 세울 작가의 제국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새로운 제국을 마그리트는 단 한 개의 '파이프를 그린 그림'으로 일궈낸 것이죠.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르네 마그리트 [RENÉ MAGRITTE] (501 위대한 화가, 2009. 8. 20., 스티븐 파딩, 박미훈, 위키미디어 커먼즈, 내셔널 갤러리 런던,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 더 브릿지먼 아트 라이브러리, 비피케이)

[네이버 지식백과] 데칼코마니 [Decalcomanie]

[네이버 지식백과] 피레네의 성 [Le chateau des Pyrenees]

[네이버 지식백과] 골콩드 [Golconde]

[네이버 지식백과] 이미지의 반역 [La trahison des images(ceci n'est pas une pipe)]

728x90
반응형
LIST

댓글